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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석 기자의 PoliTalk] '로켓맨'과 '긴 개스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6 대선 캠페인 내내 정적에게 입에 착 달라붙는 별명을 붙여줬다. 유력 후보들은 그의 별명 펀치에 휘청거렸다. 당초 공화당 경선 승리가 확실시됐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첫 번째 희생양. 트럼프가 부시를 상대로 붙인 별명은 "로 에너지 젭(low-energy Jeb)"이었다. 실제로 부시의 유세는 지나치게 정책에 편중된 나머지 지루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목소리도 나긋나긋한 그는 언젠가부터 어디를 가도 "로 에너지 젭"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보수논객들도 흔들렸다. 라디오 진행자 휴 휴잇은 "부시가 베테랑 정치인일지 몰라도 박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1억 달러가 훌쩍 넘는 엄청난 후원금도 부시의 '힘없는' 이미지를 바꾸지 못했다. 심지어 유세장에서 목소리를 키워보기도 했으나 지지율 1위는 한자릿수로 떨어졌고 캠페인도 일찌감치 접었다. 트럼프는 이어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에게 "꼬맹이 마코(Little Marco)", 경선의 마지막 상대였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에게는 "거짓말쟁이 테드(Lyin' Ted)"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실제로 크루즈 캠페인은 경선 때 '벤 카슨 후보가 승복했다'는 잘못된 보도자료를 내보내 유권자들로 하여금 그의 별명이 맞다는 인상을 줬다. 본선에서 트럼프는 힐러리를 상대로 별명 3개를 던졌다. "사기꾼 힐러리(Crooked Hillary)" "부정직한 힐러리(Dishonest Hillary)" "무능력한 힐러리(Incompetent Hillary)". '사기꾼'과 '부정직'이라는 말은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부각했고 '무능력'은 벵가지 사태를 비롯해 이라크.시리아 문제와 IS국가의 부상 등 국무장관 시절 중동을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이 힐러리 전 국무장관임을 떠올리게 했다. 논객들이 어느 별명이 힐러리에게 더 잘 어울리는지 논쟁을 벌일 정도였다. 언론사와 언론인도 피할 수 없었다. "망해가는 뉴욕타임스(The failing New York Times)" "가짜뉴스 CNN(Fake News CNN)" "졸린 눈 척 토드(NBC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등이 그 사례다. 언론사도 타격을 입었는지, 뉴욕타임스는 경영난으로 얼마 전에 편집국에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CNN은 케이블 뉴스 채널 중 시청률이 꼴찌로 떨어졌다. 트럼프가 북한의 김정은에게도 별명을 붙여줬다. 지난 17일 트위터에서 "어젯밤에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문 대통령에게) 로켓맨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다"고 글을 올렸다. 워싱턴포스트는 "대통령은 단지 아홉 글자로 김정은을 조롱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무기를 하찮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트윗 오역, 외교문제로 번질 뻔 지난 17일 한국언론들이 트럼프의 트위터를 번역한 기사를 올렸다. 트윗의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는 것. 문제는 트윗의 말미에 있던 'Long gas line forming in North Korea'라는 부분이었다. 언론은 대부분 '긴 개스관이 형성중이다'라고 번역했다. 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때 한국과 북한 러시아를 잇는 개스관 사업 구상을 밝힌 부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고 해설을 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오역이다. 'Long gas line' 이라는 표현은 주유소 앞에 길게 행렬이 늘어선다는 뜻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 때문에 석유 수급이 잘 안 된다는 말이었다. 일부 언론은 뒤늦게 잘못된 해석 부분을 삭제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대규모 오보 사태'를 낸 이후였다. 이에 청와대 측은 1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런 오보가 발생한 데에는 (기자의) 머릿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를 비판할 것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했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2017-09-18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사활을 건 마지막 TV토론…누가 웃을까

국가부채와 사회보장 수급·이민·경제·연방대법관·외국 분쟁지대·대통령 자질. 오늘(19일) 오후 6시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제3차 대선토론의 주제는 이렇게 6개로 나뉜다. 한 주제를 놓고 15분씩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후보 상호 간 토론을 펼치는 방식이다. 특히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두 후보의 해법이 나올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중 가장 질문을 잘한다고 정평이 난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러스가 진행을 맡았다. 힐러리가 3차 토론에서 이기면 대선 승부도 끝이다. 트럼프는 3차 토론에서 지지기반을 다지고 부동층의 마음도 움직여야 한다. 보수논객 숀 해니티는 "이슈 위주의 토론을 이끌어 나간다면 대선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와 힐러리는 토론을 앞두고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힐러리는 지난 13일에 행사 한차례에 참석한 것을 끝으로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토론 연습에 몰두한 반면 트럼프는 토론 전날인 18일까지 경합주를 돌며 유세활동을 이어갔다. 힐러리는 1, 2차 토론 때처럼 트럼프의 막말 논란을 계속 문제삼을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우위에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이메일과 벵가지 사건, 클린턴재단의 부정부패를 물고 늘어졌다. 3차 토론에 앞서 트럼프 캠프는 '위키리크스'라는 호재를 만났다는 게 대선판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 림보, 래리 엘더 등 트럼프파 보수논객들은 힐러리 측의 언론 유착 등의 부패를 낱낱이 파헤친 '위키리크스' 내용에 대해 국민에게 반드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무부가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일부 이메일의 보안등급을 낮추는 것을 놓고 연방수사국(FBI)과 거래를 시도한 것이 드러난 것도 트럼프에게 유리한 요소다. 트럼프는 이 문제를 트위터에 계속 올리며 3차 토론 때 이를 집중 추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후보가 역대급의 비호감 후보라면서 이번 대선 투표율도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WSJ/NBC 여론조사에서 계층별로 흑인과 젊은 유권자들의 대선 관심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성희롱 주장은 거짓" 내 온몸을 15분 동안 문어처럼 더듬었다"며 트럼프에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시카 리즈(73)의 주장이 "100%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는 영국 출신의 남성 증인이 나타났다. 당시 동승했다는 앤서니 길버토피는 지난 16일 브라이트바트와 인터뷰에서 리즈가 35년 전에 트럼프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딱 36년 전에 트럼프, 리즈와 동승했었다"며 "우리는 모두 퍼스트 클래스에 앉아있었다. 15분 동안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리즈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도 성희롱 현장을 눈감아준 공범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트럼프가 유명인사였는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트럼프가 화장실에 간 사이 리즈가 내게 '저 사람이 누군지 아냐. 내가 이 사람하고 같이 옆에 앉아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저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 중 하나다. 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라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면서 리즈의 주장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원용석 기자 won.yongsuk@koreadaily.com

2016-10-18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언론은 힐러리, 여론은 트럼프 우세 왜?

지난 26일 열린 1차 대선토론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류 언론은 일제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완승으로 평가했다. '힐러리는 여유를 보였고, 트럼프는 방어하기에 급급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각종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사실상 싹쓸이 승을 거둔 것. CNBC에서는 설문 참가자 100만여 명 가운데 67%가 '트럼프가 이겼다'고 응답했다. 진보언론인 타임 조사에서도 160만여 명 중 트럼프가 55%로 힐러리의 45%를 앞섰다. 폭스뉴스에서는 1만3000여 명 중 50%가 트럼프를, 34%가 힐러리가 잘했다고 답했고, 포춘지 역시 60만여 명 가운데 트럼프가 53%로 힐러리의 47%를 앞섰다. 같은 장면을 지켜봤는데 언론과 온라인 조사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론과 일반인들간 괴리감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폭스뉴스의 숀 해니티는 "우리가 흔히 아는 대다수 저널리스트는 상류층에 속해 있다. 그렇기에 노동층과 일반 직장인들의 생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미국인들은 박봉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가 TV에서 보는 유명 언론인들은 리무진을 타고 최고급 스테이크를 먹고, 최고급 와인을 마시는 부류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이 같을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론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언론이 뉴스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전달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역대 최저인 32%에 그쳤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1차 토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온라인 조사가 언론보다 정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도 10차례에 걸친 공화당 대선토론에서 주류언론은 매번 '트럼프가 토론의 패자'로 평했지만 온라인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전승행진을 이어갔다. 결국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사상 최다 득표를 기록하며 '온라인 조사는 믿으면 안 된다'라는 일부 비판을 일축했다. 온라인 조사가 엉터리인지 여부는 곧 판가름난다. 이번 주말에 공신력있는 여론조사기관들이 두 후보의 지지율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1차 토론의 진정한 승자는 그때 가려지게 된다. 원용석 기자

2016-09-28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대선 쟁점 되나…대통령 '핵 가방'

주류언론과 트럼프간 '핵폭탄(nuclear)' 논쟁이 뜨겁다. 최근 MSNBC 방송 앵커인 조 스카보로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외교 전문가에게 질문했다고 보도해 논란을 불렀다. 트럼프가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왜 사용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는 것. 그러나 트럼프 캠프는 즉각 스카보로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트럼프의 조언자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안보 분야에 있어 트럼프보다 더 믿음이 가는 사람은 없다"며 "트럼프가 그런 질문을 할 리가 없다. 완전히 날조된 보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양측의 공방전으로 미국 대통령의 '핵 가방(사진)'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미국이 핵 공격을 받았을 경우, 대통령이 결단하면 30분 내 모든 종류의 핵 공격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대통령의 외부 방문시에는 '핵무기 가방'을 소지한 측근이 항상 수행한다. 대통령이 조깅할 때조차 수행원이 이 가방을 들고 함께 뛴다. 백악관과 군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 가방은 '풋볼(football)'이라는 명칭으로 통용된다. 풋볼의 외양은 평범한 가죽 가방이지만 그 안에는 무시무시한 내용이 담겨있다. ▶핵 공격 옵션에 대한 75페이지짜리 기밀문서 ▶대통령의 비밀 피난 장소를 기재한 기밀문서 ▶핵 발사에 필요한 암호 코드를 기입한 카드 등이 있다. 안테나가 달린 이 가방의 무게는 약 45파운드다. 스미스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에는 과거 사용된 풋볼이 전시돼 있다. 1962년 발생한 쿠바 위기 이후 이 같은 시스템이 정착됐다.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히로시마 방문 시에도 '풋볼'을 소지한 측근이 수행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시 풋볼을 책임졌던 로버트 패터슨 당시 소령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때때로 가방 안을 열어봤다. 얼마나 책임감이 막중한가를 항시 되새기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2016-08-23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차기 백악관 주인은 '폴리테이너'

대선은 비주얼과 이미지 승부다. 미국에서는 1960년 대통령 선거부터 첫 TV 토론이 있었다. 그해 9월26일에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대결이 성사됐다. 미국인 7000만 명이 시청했다. 43세의 케네디는 젊고 박력이 넘쳤다. 겉모습부터 닉슨에 단연 앞섰다. 닉슨은 '지치고 늙은' 이미지였다. 당시 유권자들의 57%가 "토론회를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고 답했다. 케네디가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흥미로운 점은 토론회를 라디오로 들은 유권자들은 닉슨의 압승을 점쳤다는 점이다. TV의 시각적 효과가 이성적 사고를 지배한 셈이다. 이후 케네디는 TV를 적극 활용했다. 하루 두 차례의 백악관 기자회견을 정례화했다. 케네디는 사실상 최초의 TV 정치 스타인 셈이다. TV토론은 케네디-닉슨 이후 16년 동안 중단됐다.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1964년 선거 때는 현직 대통령이던 린든 존슨이 피했고, 68년과 72년에는 닉슨이 '케네디 악몽'이 재현될 것을 우려해 사양했다. 현직 제럴드 포드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조지아 주지사가 맞붙은 76년 선거 때 TV토론이 부활했다. 이때도 토론이 백악관 주인을 바꿨다. 포드는 "동유럽은 소련의 지배에서 해방됐다"는 실언으로 낙선했다. 케네디에 이어 최고 스타 정치인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영화배우 출신의 그는 잘 생겼을 뿐 아니라 말 한마디로 판세를 뒤집는 이미지 정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위대한 소통가'라는 별명을 지닌 레이건은 TV토론에서 촌철살인 유머로 유권자들을 휘어잡았다. '볼티모어 선' 기자가 재선에 나선 레이건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당신은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이다. 최근 당신 참모들이 먼데일 후보와 대결에 힘겨워한다는 말도 나온다.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나?" 당시 73살이던 레이건의 약점은 상대방 후보보다 17살이나 많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상대 후보가 대통령을 하기에 너무 어리다거나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좌중뿐 아니라 먼데일 그리고 질문을 한 볼티모어 선 기자마저 폭소를 터뜨렸다. 50개 주 중 49개 주에서 승리한 데는 그의 유머 감각이 큰 역할을 했다. 90년대 들어 빌 클린턴이 '폴리테이너' 시대를 열었다. 1992년 6월 '아세니오 홀 쇼'에 출연한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색소폰으로 멋지게 연주해 청중을 열광케 했다. 클린턴의 색소폰 연주는 선거문화를 바꾼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그뒤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도 경쟁적으로 토크쇼에 출연했다. 결국 '친근한' 이미지의 부시가 승리했다. 오바마도 예능 정치의 달인으로 통한다. 취임 이후에도 데이비드 레터맨 쇼, 제이 레노 쇼, 오프라 윈프리 쇼 등을 찾아 백악관에서의 일상을 말하거나 정책 홍보를 해 경제 불황 시기에도 호감도가 늘 높았다. 이제 관심은 도널드 트럼프(공화)와 힐러리 클린턴(민주)의 대선토론(9월26일)에 쏠리고 있다. 이들 중 더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는 후보가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원용석 기자 won.yongsuk@koreadaily.com

2016-08-22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대홍수 루이지애나…'그들은 어디에?'

'재앙이 닥칠 때 대통령이 대처해야 할 자세는?' 적십자사는 루이지애나 주를 강타한 홍수가 2012년 허리케인 샌디 이래 최악의 자연재해라고 평했다. 주민 수만 명이 모든 것을 잃고 피해 복구 비용으로 최소 3000만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지역 신문인 '디 애드버킷'은 19일자 사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피해지역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14일째 휴가 중인 오바마는 이날 코미디언 래리 데이비드, NBA 스타 크리스 폴 등과 마서즈 빈야드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겼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엄청난 재앙이 불어닥친 상황에서 대통령이 한가롭게 휴가를 즐기고, 그것도 골프를 치고 있었다는 것이 보도됐다면 난리 났을 법한 일이다. 미국 국민은 대통령이라도 그의 개인 시간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의식 속에 깔려있다는 점이 한국과 크게 다르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스케줄 때문에 바쁘다"면서 "모든 장소에 다 찾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바마는) 그의 방문이 현재 진행되는 복구활동에 방해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임기 후 펴낸 저서 '결정의 순간(Decision Points)'에서 2005년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부시는 "비행기를 타고 루이지애나 주 상공을 그냥 지나친 것이 국민에게 좋지 못한 이미지를 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라며 "내 대통령 임기 중 최악의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흑인인 레이 네이긴 당시 뉴올리언스 시장은 "카트리나가 (부자 동네인) 캘리포니아의 오렌지카운티나 마이애미의 사우스비치에서 일어났다면 지금처럼 대응했겠나?"라며 질타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세월호에 강남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면 정부가 이렇게 손을 놓고 있었겠나"라고 말했던 것처럼. 그런데 오바마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매우 작다. 몇몇 언론에서 살짝 지적하는 정도다. 왜일까? 이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오바마가 언론으로부터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류언론 사설에서 오바마 비판 내용은 사실상 전무하다. 오바마가 당선됐을 때 MSNBC 진행자 크리스 매튜스는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2009년 조사에서 워싱턴 DC 특파원의 93%가 오바마에게 투표했으니…. 심지어 일부 언론은 오히려 오바마가 방문하지 않은 것은 잘한 결정이라며 옹호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크리스 실리자는 "오바마는 가식적인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는 하고 싶어하지 않거나 바보 같은 행위라고 생각하면 행동에 옮기지 않는다"며 "그래서 오바마가 골프를 중단하고 루이지애나로 향하지 않았다. 괜히 '사진용 정치'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차기 대통령 후보인 두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이날 오바마와 함께 골프장에서 휴식을 취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피해지역을 둘러봤다.

2016-08-19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미주 삼성전자, 한국기업 첫 'PAC'

삼성전자가 11월 대선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3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주법인에 소속된 미국인 직원들은 지난해 말 '삼성아메리카PAC'을 조직해 최근 FEC에 활동보고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말까지 1만7049달러를 모금했는데, 삼성의 미주 전체 고용 인원이 1만5000명임을 고려하면 모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PAC은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를 의미한다. 특정 입후보자들을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키기 위한 이익단체다. 미국에서 기업별로 활성화된 제도로, 각 기업의 임직원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해 대통령과 연방상하원의원 등을 위한 후원 자금을 모금한다. 도요타, 소니 등 일본의 다국적 기업 미국법인은 오래전부터 사내 PAC을 통해 자사 이익 관철을 위해 활동을 벌여왔지만, 한국 기업의 미국법인에 PAC이 생긴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PAC을 통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과의 정치적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아메리카PAC'는 올해 11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포함해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아메리카PAC은 그동안의 국제무역이 미국에 지나치게 불공정했다고 주장했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보다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1974년 연방선거위원회가 발족하면서 PAC은 미국 선거자금 개혁법에 따라 정치자금의 출처와 지출 명세를 엄격히 공개해야 하고 개인과 단체의 기부액수와 기부방법도 엄격하게 규제됐다. 한 명 이상의 후보를 지원하는 PAC의 경우 각 후보들에게 최고 5000달러, 당 위원회에는 최고 1만5000달러까지 후원할 수 있다. 특정후보 지원 PAC의 경우에는 최고 2600달러를 후원할 수 있으며, 당 위원회에 최고 3만2400달러를 후원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1월 연방 대법원은 수정헌법 제1호에 따라 기업과 노동조합의 정치적 지출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엄청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수퍼팩(Super PAC)'이 탄생했다. 수퍼팩은 기부금의 한도액이 없다. 사실상 선거판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단, 특정후보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면 안 된다. 대표적인 지지자가 헤지펀드계 거물 조지 소로스. 월가의 큰 손이자 헝가리계 이민자이기도 한 소로스는 이번 대선에서 수퍼팩을 통해 힐러리에게 약 1000만달러를 후원했다. 미디어 회사와 투자 회사를 운영하는 하임 사반 역시 아내 셰릴 사반과 함께 힐러리에게 500만달러를 후원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경선 때 수퍼팩에 전혀 기대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경선 때 지출된 5000만달러를 모두 자비로 해결했다.

2016-07-05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캘리포니아 드림'의 주인공은

누가 '캘리포니아 드림'을 차지할까. 가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사흘 앞둔 가운데 민주당 두 후보의 '캘리포니아 드림' 경쟁이 치열하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캘리포니아에서 경선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다짐이다. 경쟁 후보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에서 승리를 거머쥐지 못하면 승부를 뒤집기 불가능해 벼랑 끝에 섰다. 마침 샌더스는 가주에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USC/LA타임스 공동 여론조사(5월19일~31일까지 1500명 유권자 대상)에 따르면 두 후보의 지지율이 뒤집혔다. 샌더스가 44%의 지지율로 힐러리(43%)를 앞섰다. 비록 오차범위 내지만 지난 3월 같은 조사에서 힐러리에 9% 포인트 차로 뒤지던 데 비하면 고무적인 선전이다. 특히 샌더스는 당적이 없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48%의 지지로 힐러리에 13% 앞섰고, 50세 미만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58%로 크게 앞섰다. 그동안 백인 표에만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샌더스가 드디어 소수계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또 아시안 유권자들 사이에서 힐러리를 앞섰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여전히 샌더스 돌풍을 '일부 철없는 젊은 유권자들의 선택'으로만 치부하고 있다. 샌더스는 일반 대의원에서 1501명으로 힐러리의 1769명에 268명 차로 바짝 추격한 상황이다. 오는 7일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뉴저지, 노스다코타, 몬태나, 뉴멕시코, 사우스다코타에서 일제히 치러지는 예선에서 총 694명의 일반 대의원이 걸려 있다. 여러모로 어렵지만 역전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만약 샌더스가 일반 대의원에서 앞섰음에도 수퍼대의원들이 힐러리의 손을 들어준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현재 민주당 대선 판도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샌더스 돌풍과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이다. 국무부에서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이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 힐러리에겐 직격탄이 되고 있다. 그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다. 힐러리가 국무장관으로 일할 때 주고받았던 이메일 기록을 전부 국무부에 제출하지 않고, 재임 중 사용한 사설 이메일 문제에 대한 국무부의 면담 요청도 거부했다는 사실이 국무부 보고서를 통해 공개되면서 유권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서버를 집으로 가져간 것과 5만5000개의 이메일을 지운 것도 규정 위반이다. 힐러리 캠프가 휘청이는 동안 샌더스 캠프측은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샌더스는 "힐러리가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판단력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벵가지 사건부터 이메일 스캔들까지 힐러리가 가는 곳마다 논란 투성이라는 것이다.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힐러리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박빙으로 나타났지만 샌더스는 트럼프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왜 힐러리만 바라보고 있을까.

2016-06-03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완벽녀'는 재미없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과거 연예인 뺨치는 미모에 명석하고 유창한 화술까지 겸비해 고공행진의 인기를 자랑하던 그가 어느새 비호감 후보로 전락했다. 가볍게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될 것이라는 대다수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그는 얼마 전만 해도 '무명 정치인'이나 다름 없었던 버니 샌더스 돌풍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그의 비호감 이미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ABC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힐러리의 비호감도는 57%다. 여기에는 '힐러리는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오피니언면을 통해 힐러리가 재미없는 이미지 때문에 유권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NYT의 간판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골프와 농구 등의 취미가 있고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대선후보)도 재미를 아는 사람"이라면서 "하지만 당신(독자)은 힐러리가 재미로 무엇을 하는지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11월 이뤄진 한 조사에서 힐러리에 대한 평가는 '멀티태스크(다중 작업 처리) 지향적' '조직적' '기만적' 등 일과 관련된 부문에만 집중됐다. 브룩스는 "가끔 할머니 얘기를 할 때 빼고는 (힐러리 연설은) 이력서나 정책 브리핑을 하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모습은 그를 '사람'보다는 하나의 '브랜드'로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바꿔말해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도래했는데, 힐러리는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밀레니얼 등 젊은이들은 '보다 가깝고' '신상 노출을 하고' '신뢰할만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힐러리는 좀처럼 빈틈이 없는 '완벽녀'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힐러리 캠페인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그는 코미디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깜짝 출연했다. 힐러리는 이 코너 속 '손님 힐러리'로 분한 코미디언 케이트 매키넌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힐러리가 트럼프의 굵고 거친 어투를 모방하면서 "그 사람은 '너희 모두는 루저들(You're all losers)'이라고 말하는 사람 아니냐. 그가 공화당 프라이머리 경선을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한 대목에서는 폭소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다른 공개석상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재미있는 유머 감각을 보여줬다. 그런데 유세장에서는 좀처럼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트럼프는 정반대다. 입에서 나오는 첫 문장부터 그의 캐릭터를 십분 느끼게 한다. 보수논객 앤 콜터는 "트럼프의 유세는 웬만한 스탠드업 코미디언 쇼보다 훨씬 재미있고 웃긴다"고 말했다. 텔레프롬터나 연설문을 이용하지 않고 '생생화법'을 구사한 덕분이다. 그래서 트럼프 유세장에는 2만~3만여 명의 군중이 몰린다. 힐러리 유세장은 5000명도 채우기 버겁다.

2016-05-25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흑인은 수박을 좋아해'…날 선 정치공방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됐다가 '트럼프 돌풍'에 맞고 나가떨어진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여전히 분이 안 풀렸나 보다. 부시는 멕시코에서 건너온 불법체류자 중 살인범과 성폭행범이 많다고 밝혔던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가 얼마 전 멕시코 음식인 타코 보울을 먹는 장면을 트위터에 올린 것을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1862년 5월5일 멕시코군이 푸에블라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상대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싱코 데 마요(Cinco de Mayo)'를 맞이해 지난 5일 타코 보울을 먹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의 끝엔 "난 히스패닉을 사랑해요"라고 적었다. 부시는 네덜란드 언론인 NRC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히스패닉이 타코를 먹는 게 아니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타코를 먹으면서 히스패닉을 사랑한다는 말은, 마치 수박을 먹고 흑인을 사랑한다는 말과 같다"고 쏘아 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시가 트럼프를 비난하면서 흑인과 수박을 연관시키는 발언을 한 것은 경솔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흑인이 수박을 유독 좋아한다는 편견은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수박은 지저분하고, 유치하고, 공개적으로 먹기에 좋지 않은 음식을 상징한다. 또 수박이 크기 때문에 혼자서 오랫동안 먹을 수 있어 '게으른 음식'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노예시대 때는 '수박 하나만 던져줘도 좋아하는 게 흑인(사진)'이라는 게 상식으로 통했다. 그런데 흑인이 과연 수박을 유독 좋아한다는 말은 사실일까? 통계 자료 결과는 달랐다. 지난 1994~1996년에 수박 소비량 조사 결과, 흑인의 수박 소비량은 11.1%로 나타났다. 당시 흑인은 미국 전체 인구의 12.5%를 차지했다. 흑인에 대한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고정 관념은 이외에도 많다. 수박 뿐 아니라 튀긴 치킨, 쿨에이드, 와플, 포도 맛 소다 등을 좋아한다는 선입관도 코미디 소재 혹은 TV나 영화 등 대중문화를 통해 자주 언급된다. 한편, 부시는 경선 때 공화당의 최종 대선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충성서약을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을 전망이다. 젭 부시를 포함해 그의 아버지 조지 H. W. 부시, 형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들은 11월 대선에서 모두 트럼프를 찍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 명문인 부시 가문에 KO 펀치를 날린 트럼프가 너무나도 싫은 것이다. 트럼프는 "애초 공화당 지도부와 다른 후보들이 나에게 먼저 충성 서약을 요구했던게 아니냐"라며 "지고 나니까 이제 와서 지지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젭 부시가 얼마나 졸렬하고 옹졸한 사람인지를 에누리없이 보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2016-05-20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대통령과 미디어

미디어가 대통령을 만든다.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미디어를 통해 얻은 홍보 효과가 2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물론 절대 다수의 보도 내용은 부정적이었으나 트럼프가 미디어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디어는 말 한 마디나 행동 하나로 정치인을 스타로 만들기도 하고 추락시키기도 한다. 미디어의 카메라 렌즈로 역대 대선을 돌아본다. 정치 새내기 오바마, 베테랑 힐러리 격파 정치 새내기로, 연방상원에서 이렇다 할 법안 하나도 상정하지 못했던 일리노이 초선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가 급작스럽게 정치 스타로 급부상한 데는 미디어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8년 전인 2008년 선거 때 언론은 전폭적으로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버락 오바마를 지지했다. 경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미디어가 불공평하다"고 비판했지만 언론의 선택은 오바마였다.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도 언론으로부터 푸대접당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당시 선거 캠페인 때 오바마와 미군 사령관이 바그다드 상공에서 찍은 사진은 주요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반면 매케인의 유세 기사는 정치면의 모퉁이에 배치됐다. 매케인과 공화당으로선 울화통이 터질만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뉴욕타임스에 공정하게 보도해 달라며 항의편지도 보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회 얘기도 자주 회자된다. 당시 오바마는 기자들을 향해 "당신들은 다 내게 표를 던지지 않았느냐"라고 농담 반 진담 반 발언을 했다. 언론이 진보성향이라는 걸 에누리 없이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실제로 당시 조사에서 워싱턴 DC 특파원의 93%가 오바마에게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TV시대였다면 루스벨트는 대통령이 안 됐다? 소아마비를 앓았던 미국의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시 대다수 미국인들이 몰랐던 사실이다. TV 시대였다면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불우한 환경에서 무서운 병에 걸려 다리까지 마비되는 불행을 극복하고 미국의 대통령까지 오른 그는 현재 가장 존경받는 역대 대통령 중 한 명이다. TV로 '뜬' 닉슨, TV로 '무릎'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리처드 닉슨 부통령의 당선 과정에서 닉슨은 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아이젠하워는 1952년 대선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는 39세의 닉슨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하지만 뉴욕포스트가 닉슨의 비밀자금 스캔들을 폭로하자 아이젠하워는 닉슨 카드를 버리려 했다. 닉슨은 사퇴 대신 TV 연설로 "공화당에 편지를 보내 제가 물러나는 것이 옳은지 밝혀 달라"며 칼자루를 여론에 넘겼다. 국민은 닉슨의 연설에 감동했고, 공화당에 압력을 가했다. 닉슨은 부통령 후보가 됐다. 이처럼 미디어를 잘 활용하던 닉슨도 미디어 때문에 고꾸라졌다. 1960년 대선에서 그보다 더 미디어 정치에 탁월한 감각을 가졌던 민주당 대선후보 존 F. 케네디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JKF는 닉슨 부통령과 사상 최초로 일대일 TV토론을 벌였다. 젊고 박력있는 케네디가 인상을 잘쓰고 심각한 닉슨에 비해 호감을 샀다. 내용 면에서는 닉슨이 더 잘했다는 평이었으나 외모 싸움에서 케네디가 이겼고, 선거도 케네디의 압승으로 끝났다. 트럼프는 '신 미디어'의 귀재 트럼프는 지난 4월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사용은 언론사를 소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극찬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폭스뉴스 주최로 열린 타운홀 미팅 도중, 대통령에 당선되면 트위터를 끊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건 새로운 방식이다. 나만의 신문사를 소유하는 것과 같다"며 "짧은 시간 안에 수십 만 명을 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6일 현재 팔로어 8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번 대선 경선 주자들 가운데 팔로워 수가 압도적 1위다. 트럼프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1600만~17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며 "이건 뉴욕타임스를 소유하는 것과 마찬가진데 내가 왜 그만두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상에서의 인기가 자신이 공화당 경선 선두 후보로 거듭날 수 있던 비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원이나 후보들은 일단 '언론'이라는 큰 원군이 있다"면서 "반면 공화당 후보들은 목숨을 걸고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05-06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힐러리 핫소스, 트럼프 햄버거, 샌더스 돼지 갈빗살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올해로 68세. 하지만 여전히 활발한 캠페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힐러리에 따르면 "아주 매운 소스"다. 힐러리는 뉴욕의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캠페인을 하면서 항상 매운 소스를 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의 선거 캠페인 대변인 닉 메릴은 "매운 소스와 함께 칠리 플레이크와 할라피뇨도 함께 갖고 다닌다"고 했다. 이렇게 매운 음식을 즐기는 힐러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매운 음식 김치를 어떻게 생각할까. 2009년 한국 방문 때 그는 김치를 먹은 뒤 "매직 푸드(Magic food)"라고 감탄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힐러리는 2008년 CBS의 시사프로 '60분'과 인터뷰에서 건강을 유지하려고 1992년부터 규칙적으로 칠리를 섭취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와 19차례 인터뷰했던 영국 BBC방송의 킴 가타스 기자는 2013년 '국무장관-베이루트에서 미국 권력의 심장부까지-힐러리 클린턴과 함께한 여정'이라는 책에서 힐러리의 매운 소스 사랑을 소개했다. 그는 "힐러리는 매운 칠리를 즐겨 먹었다. 그래서 몸이 달아오르게 한다"며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나고 신체 리듬을 살려주는 것 같다"고 했다. 힐러리의 경선 경쟁자 버니 샌더스 후보는 캠페인을 하면서 짬짬이 돼지 갈빗살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패스트푸드를 즐긴다. 얼마 전 CNN 진행자 앤더슨 쿠퍼와 인터뷰에서 그는 "맥도널드와 버거킹을 좋아한다"며 맥도널드 메뉴 중에서 "필레오피시와 쿼터파운더위드치즈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을 먹었다. (KFC가) 그렇게 나쁜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일반적으로 패스트푸드는 몸에 안 좋은 정크푸드로 알려졌지만 트럼프의 의견은 달랐다. '완전식품'에 가깝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이유로 "일단 믿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라며 "만약 단 한 개의 햄버거에 문제가 있다면 그걸로 맥도널드는 문을 닫을 수 있다. 웬디스도 마찬가지다"며 "그렇기에 품질에 굉장한 신경을 쓴다. 그리고 난 깨끗한 음식을 좋아한다. 일반 식당 음식의 퀄리티는 보장이 안 되지만 전국 어딜 가도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의 맛과 질에는 변함이 없다"며 패스트푸드 예찬론을 이어갔다. 트럼프의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 후보도 독특하다. 2013년 디모인 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 그는 싫은 음식부터 언급했다. 그는 "아보카도는 질색이다"며 "세상 모든 음식을 다 좋아하지만 아보카도 만큼은 사절이다"고 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고기 엔칠라다와 기네스 맥주"를 꼽았다.

2016-04-19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눈에는 눈' 읊어대는 트럼프

공화당과 민주당 선거 캠페인을 보면 확연하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공화당 캠페인에서는 '기독교'와 '신앙심'이라는 주제가 자주 등장한다. 민주당 캠페인에서는 이러한 종교적인 이슈들이 거의 배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기독교 신자들이 공화당의 지지기반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갤럽 여론조사 결과 '매우 종교적인' 미국인 가운데 절반 가량인 49%가 공화당원 또는 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혔다. 36%는 민주당 지지자였고, 11%는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비종교적인' 미국인 중 절반 이상인 52%는 자신이 민주당원 혹은 민주당 지지자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자는 29%에 불과했다. 그래서 언론들은 공화당 대선후보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전 후보 벤 카슨의 경우, 잠언 3장5절~6절(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을 꼽았다. 아버지가 목사였던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은 성경 구절을 자주 읊는 후보다. 지난 2월 아이오와 코커스 승리 뒤 연설의 마지막을 시편 30장5절(그의 노여움은 잠깐이요 그의 은총은 평생이로다.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로 장식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국민에게 상처를 입히는 의제를 수립한 오바마 대통령 아래서 미국인들은 계속 고통을 받아왔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에게 성경의 약속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선거 질서를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는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무엇일까. 트럼프는 지난 14일 뉴욕의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출애굽기 21장24절을 꼽으며 이중 '눈에는 눈(eye for an eye)' 부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는 구절이 아주 많다"면서 "사람들이 나이스(nice) 한 구절이라고 하지 않겠지만 '눈에는 눈'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금 미국이 처한 상황을 보라. 다른 국가들이 미국을 상대로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이들은 우리를 향해 비웃고 조롱하면서 우리의 일자리와 돈을 빼앗아간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도 트럼프는 이 구절을 언급했다. 폭스뉴스 간판 진행자 빌 오라일리가 트럼프와 인터뷰에서 신약성서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인 '용서'라는 말을 던졌다. 지난해 8월 열렸던 폭스뉴스 1차 대선토론 때 트럼프에게 'gotcha question(악의적 꼬투리 질문)'을 던졌던 진행자 메긴 켈리를 용서하라는 의미였다. 트럼프는 당시에 "물론 그렇게(용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경에 '눈에는 눈'이라는 구절도 있지 않나"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최근 켈리와 비밀회동을 갖고 그에게 곧 단독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줄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에 눈이 멀었던 그가 '용서의 힘'을 배운 모양이다.

2016-04-15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비난하라!…지지율 올라간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싸움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싸움이다. 김 대표로선 박 대통령과의 불화가 운명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각종 위기) 이럴 때일수록 본인들만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그가 언급한 '본인'이 김 대표를 염두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김 대표로선, 박 대통령의 비난을 받을 때마다 속으론 웃는다. 자신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줄곧 박 대통령의 비난을 받아온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입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이름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행사 성격에 관계없이 가는 곳마다 트럼프를 비난하느라 바쁘다. 최근 언론인상 시상식을 비롯해 핵안보정상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 백악관 공식 기자회견 등에서 트럼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물고 늘어졌다. 당초 "트럼프의 당선은 불가능하다"며 웃어넘겼던 오바마지만 트럼프가 예상과 달리 공화당 경선 선두주자 자리를 확고히 하자 신경이 날카로워진 모습이다.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그가 세웠던 정책들이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어 이제는 견제하지 않을 수 없게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본선 대결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대통령이 야당 후보 비판에 열을 올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수 라디오 진행자 러시 림보는 "오바마의 비난은 트럼프 캠프에 날아든 호재"라며 "오바마의 의도와 달리 그의 비난은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결국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지명될 것이라는 역심리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2016-04-07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양당 모두 '중재 전당대회' 가나

지난 5일 열린 위스콘신주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은 48%를 득표해 35%를 얻은 도널드 트럼프에 승리했다. 80%의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는 공화당 주류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의 공식지지를 얻은 데다, 바닥 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 내 6개 보수 라디오 방송 진행자들이 일제히 트럼프 비토에 나선 게 승인이었다. 크루즈의 누적 대의원은 517명. 그에게 과반 대의원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화당 수뇌부는 화색이다. 그토록 원하던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에 성큼 다가섰기 때문이다. 크루즈가 전체 투표자의 절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기득권의 응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사실 공화당 수뇌부가 연방상하원을 통틀어 가장 싫어하는 의원이 크루즈다. 크루즈는 성향이 '아웃사이더'다. 2013년 9월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을 막고자 21시간19분의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아웃사이더의 정점을 찍었다. 양당 기득권의 거센 반감을 불러 일으켰지만 보수층으로부터 제대로 인정 받았다. 보수 표심의 향방을 가르는 보수 라디오 진행자의 '삼두마차' 러시 림보·숀 해니티·글렌 벡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도 이때다. 당초 크루즈가 이번 경선에서 '톱2'에 오를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는 없었다. 경선 초반만해도 그의 지지율은 5%선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크루즈는 흐름을 읽을 줄 알았다. 트럼프가 막말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그는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며 오히려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의 지지율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에 반해 지도부가 선택한 후보군들인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 등은 '트럼프 돌풍'에 정통으로 맞고 경선 초반에 나가 떨어졌다. 워커와 부시는 울며 겨자먹기로 크루즈를 지지했다. 아웃사이더의 선두주자였던 크루즈가 이제는 기득권의 선택을 받은 후보로 급부상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온 셈이다. 트럼프는 위스콘신 패배 직후 성명을 통해 "꼭두각시만도 못한 크루즈는 나의 공화당 후보 지명을 훔치려는 당 보스들의 트로이 목마"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에게 희망은 남아있다. 공화당에선 1237명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대선후보로 지명되는데 현재 이 숫자에 도달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후보는 트럼프가 유일하다. 다음 경선지는 그의 고향인 뉴욕이다.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 후보가 위스콘신에서 압승을 거두며 지난 달 22일 이후 7개 주에서 진행된 경선 중 6곳을 싹쓸이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위협하고 있다. 그는 백인 노동자층이 많은 중부·북부에서 연승을 이어가며 경선 동력을 키우고 있고, 오는 19일 대의원 291명이 걸려 있는 뉴욕주 경선이 빅 이벤트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주가 상원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힐러리나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샌더스에게 있어 이번 경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폭스뉴스는 힐러리가 뉴욕서 패하면 민주당에서도 중재 전당대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16-04-06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트럼프 질주도 멈칫, '낙태 이슈'

"당신은 프로 라이프(Pro-life)입니까. 프로 초이스(Pro-choice)입니까." 미국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항상 받는 질문이다. 프로 라이프는 생명을 중시한다는 뜻으로 낙태 반대를, 프로 초이스는 선택을 중시한다는 의미로, 낙태 찬성을 뜻한다. 20세기 전반 들어 미국 여성인권이 신장하면서 낙태는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선거철마다 낙태가 이슈로 떠오르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선거만 봐도 낙태가 쟁점으로 오르지 않는다. 이는 미국이 여전히 전세계에서 개신교 영향력이 뿌리깊게 박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낙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9일 MSNBC 주최 타운홀에서 진행자 크리스 매튜스가 "낙태가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렇다면 임신 중절을 하는 여성이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계속 대답을 회피하다가 매튜스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자 결국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는 몇 시간 만에 성명을 내고 낙태가 금지돼야 하지만 처벌은 여성이 아닌 의사가 받아야 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트럼프가 입장 번복을 한 것은 지난해 6월16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막말 논란에도 줄곧 '더블다운(소신강행)'을 하며 기득권을 당황시켰던 그는 "실수(mistake)"라는 말까지 언급했고, 주류언론에서는 '지난 한 주는 트럼프 캠프에게 끔찍한 한 주였다'고 평했다. 미국에서 낙태 이슈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로우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다. 로우 대 웨이드는 1973년 연방대법원에서 낙태를 합헌시킨 커다란 사건이었다. 연방대법원이 지금까지 내린 판결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케이스로 꼽힌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여성이 임신 후 6개월까지 임신중절을 선택할 헌법상 권리를 지닌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 뒤에 낙태 찬반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특히 당시 '로우'의 입장에서 낙태 합법화를 요구하며 원고의 입장에 있던 노마 맥코비가 1980년에 들어 1973년 당시 자신이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변호사들에게 이용당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이후 낙태 반대 운동에 적극 가담하기 시작한 게 프로 라이프 운동의 불씨를 살렸다. 프로 초이스의 창시자가 프로 라이프로 변신한 것은 프로 라이퍼들에게 커다란 힘이 됐다. 맥코비는 1995년 복음주의 기독교 목사와 친분을 맺고 '구제작전(Operation Rescue)'이라는 프로 라이프 기독교 활동조직에 가입해 낙태 불법화를 위한 운동에 적극 가담했다.

2016-04-04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샌더스 "힐러리편 수퍼대의원 마음 흔들 수 있다"

"남부 전쟁은 끝났다. 우리는 남부에서 빠져나왔고,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다." 민주당 대선후보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은 지난 23일 LA한인타운 윌턴극장에서 가진 유세에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부에서 맹위를 떨칠 것이라는 그의 호언은 예언이 되어가고 있다. 샌더스 '돌풍'이 점차 '태풍'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워싱턴, 알래스카, 하와이 서부 3개 주 경선에서 샌더스는 모두 70%가 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알래스카에서 82%, 워싱턴에서 73%, 하와이에서 70%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앞서 22일 열린 '웨스턴 화요일' 경선에서는 아이다호에서 78%, 유타에서 79%의 득표율을 과시하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세론'에 금을 내고 있다. 일반 대의원만 놓고 보면 역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샌더스는 지금까지 일반 대의원에서 978명(44%)을 확보해 1237명(56%)을 확보한 경쟁자 힐러리를 259명 차로 추격하고 있다. 문제는 수퍼대의원이다. 민주당 소속의 상.하원의원, 주지사, 선출직 공무원,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 전직 대통령, 전직 부통령, 전직 상.하원 원내대표, 전직 하원의장, 전직 민주당 전국위 위원장 등이 수퍼대의원이다. 민주당은 당내에서 부적격하다고 보는 후보를 배제할 목적으로 수퍼대의원 제도를 도입했다. 수퍼대의원 중 무려 469명이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는 반면 샌더스 쪽에 선 이들은 29명에 불과하다. 수퍼대의원까지 합치면 샌더스는 1003명(37%)으로 1678명의 힐러리(63%)에게 크게 뒤져있다. 민주당에서는 총 대의원 2383명을 확보하면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된다. 힐러리는 남은 대의원 중 34%만 확보해도 되지만 샌더스는 66%의 압승행진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수퍼대의원들이 나중에 전당대회에서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샌더스에게 역전의 희망이 살아있다. 역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수퍼대의원들이 일반 대의원 결과에 반대하는 쪽으로 힘을 발휘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샌더스가 일반 대의원에서 역전하면 힐러리 대세론은 단숨에 깨질 수 있다. 현재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18개 주를 비롯해 워싱턴 DC, 미국령인 괌.푸에르토리코.버진 아일랜드까지 총 22개 지역이 남아있다. 샌더스가 향후 57%의 득표율을 기록하면 일반 대의원에서 힐러리를 앞선다. 샌더스는 이미 수퍼대의원들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활발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8일 CNN과 인터뷰에서는 "많은 수퍼대의원이 클린턴 지지 입장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2016-03-28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미국 선거는 왜 '화요일' 일까

왜 화요일일까. 미국 대선 향방의 분수령이 되는 '수퍼화요일'을 비롯해 '미니 수퍼화요일' '웨스턴 화요일' 등 미국의 주요선거를 보면 일제히 화요일에 실시된다. 미 대선도 '11월의 첫 월요일 다음에 오는 화요일'로 규정돼 있다. 1845년 연방의회에서 법령으로 정해졌다. 여기에는 당시 미국의 시대적, 사회적, 그리고 종교적 배경이 반영돼 있다. 당시 28개였던 미국 내 모든 주가 동시에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요일을 결정하자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일단 불가능한 요일부터 제외시켜 나갔다. 가장 먼저 빠진 것은 일요일. 기독교 안식일이기 때문이다. 목요일은 영국의 의회선거 요일이어서 불쾌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독립했지만 여전히 영국에 대한 앙금과 반감이 남아있었던 셈이다. 많은 주에서 장이 열리는 토요일도 선거일 후보에서 빠졌다. 교통편이 좋지 않았던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월요일은 투표장까지 가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금요일은 장에 갈 준비를 해야한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월요일에 출발하면 아무리 투표장소가 멀어도 화요일엔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남은 것은 화요일 아니면 수요일. 그런데 수요일에도 장날인 주들이 많아 결국 화요일로 최종 낙점됐다. 19세기 당시 선거일은 매우 중요하면서 커다란 행사였다. 유권자들은 멋진 복장을 차려입고 투표장을 향했다. 투표를 마친 뒤에는 축제를 즐겼다. 미 대선이 '11월의 첫 월요일 다음에 오는 화요일'로 규정돼 있는 데도 이유가 있다. 11월1일은 '모든 성인의 날'(All Saints' Day)'로 가톨릭 교회에선 의무 축일로 지정돼 있다. 11월1일이 화요일이 될 수도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첫 월요일 다음의 화요일'이 됐다. 당시 11월 초보다 더 늦춰 잡으면 눈이 내리고 너무 추워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기 힘들고, 더 앞당기면 농사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 이 같이 결정했다. 또 미국 선거는 주정부 관할이어서 주마다 규정이 다르다. 뉴욕, 하와이, 메릴랜드, 델라웨어 등 9개 지역은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한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연방공휴일로 정하자는 여론도 있었으나 기업 측의 반대 로비로 무산됐다. 근래 들어 조기투표, 부재자투표 등을 인정하는 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뉴욕,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등 15개 주에서는 여전히 화요일에만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선거일=화요일' 공식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하는 날인 화요일을 고집함으로써 투표율이 낮아지고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현재 예비선거의 경우에는 주말에도 실시되고 있다.

2016-03-23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내가 대선 후보 안되면 폭동난다"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을 저지하려는 당 지도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미니 수퍼화요일 경선에서 대승을 거둔 그는 16일 CNN과 인터뷰에서 만약 당 지도부가 자신의 후보 지명을 막을 경우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는 만약 확보 대의원 수가 부족해 '중재 전당대회가 개최될 가능성에 대해 "대의원을 가장 많이 확보한 내가 후보로 지명되지 않으면 문제"라며 "내가 폭동을 주도하진 않겠지만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나는 수백만명의 유권자들을 대변하기 때문에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까지 총 673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트럼프는 매직 넘버인 총 1237명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중재 전당대회로 끌려가지 않고 공화당 후보로 최종지명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당초 트럼프가 매직 넘버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으나 16일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의 경선포기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폭스뉴스의 정치분석가 에릭 볼러도 "경선 무대가 뉴욕과 캘리포니아로 옮겨 가면서 트럼프에게 갈수록 유리한 지역이 많아진다. 트럼프가 대의원 조건을 충족시키는데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화당 지도부에서는 당의 운명을 100%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니 수퍼화요일에서 승자독식이 걸린 오하이오주에서 첫 승리한 케이식은 어떻게든 이번 경선을 중재 전당대회로 끌고 들어가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15일 승리 연설에서 "내가 오하이오를 지켜냈다. 이번 경선은 결국 중재 전당대회로 갈 것"이라며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는 본선에서 안 통한다. 오로지 내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서야 힐러리를 꺾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도부 입장에선 특히 루비오를 잃은 타격이 컸다.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루비오는 유권자들로부터 '변절자'로 낙인 찍힌 게 패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초 헌법을 중시하는 티파티의 지지 덕분에 정치스타로 떠오른 그는 막상 연방상원의원으로 앉은 뒤 불법체류자의 사면 추진을 비롯해 역대 상원의원 중 가장 낮은 출석률을 보이면서 지역 주민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정치생명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게됐다. 티파티로 떠오른 루비오가 티파티로 인해 정치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격이다.

2016-03-16

[원용석 기자의 PoliTalk] 트럼프 어휘력은 롤러코스터?

'돈키호테' 도널드 트럼프의 연설 화법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5살짜리 어린이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쉽게 말한다. 그러다가 사전을 찾아봐야 할 만큼 생소한 단어를 툭툭 던진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유명 영어사전 편찬 출판사인 메리엄 웹스터는 최근 'disavow'라는 단어를 찾아보려는 인터넷 사전 검색량이 무려 4000%나 뛰었다고 발표했다. 메리엄 웹스터는 'disavow'에 대해 '인정 또는 수용을 거부하다'의 동사라고 정의했다. 쉽게 말해 부인한다는 뜻이다. 2주 전 기자회견에서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의 전 지도자 데이비드 듀크의 공개 지지를 받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듀크가 나를 지지했다고?"라며 "I disavow(나는 거부한다)"라는 표현을 쓰면서 검색량이 뛰어올랐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 캠페인에서 '오자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얻었다.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트위터에 "모든 여론조사가 TV토론의 승자로 나를 꼽았다. 큰 영광이다" "루비오는 대통령감이 아니라 경량급이다"고 쓰면서 '영광'이란 단어 'honor'를 'honer'로, '경량급(lightweight)'은 'leightweight'로 오기했다. '중요한 순간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를 뜻하는 'choker'도 'chocker'라고 잘못 썼다. 그의 경쟁상대인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철자를 모르거나 불법체류자를 고용해 글을 올리는 모양"이라고 비아냥댔다. 최근 '안티 트럼프'의 선봉으로 등장했고, 2012년 대선후보이기도 했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더 나은 미국(A better America'이란 표어에서 미국을 'Amercia'로 표기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1989~93년 부통령을 지낸 댄 퀘일은 92년 뉴저지주의 한 교실에서 감자(potato)란 단어를 'potatoe'라고 적자 한 학생으로부터 지적을 당해 망신을 샀다. 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노동당 후보에게 보낸 친필에서 세 번이나 '내일(tomorrow)'을 'toomorrow'로 표기했다.

201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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